핀란드 영어 2

[월요 인터뷰] '영어몰입교육' 전문가 … 데이비드 마쉬 교수

영어와 친해지려면… "다른 나라 어린이들과 이메일·채팅해보세요"

▲ 데이비드 마쉬 교수는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인터넷 등을 통해 외국친구를 사귀고, 영어와도 친숙해지는 기회를 가져보라."고 권했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영어는 이제 한 두 나라의 말이 아닙니다. 세계의 언어이자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지요.”

‘영어공부가 왜 중요하냐?’는 물음에 데이비드 마쉬 교수(핀란드 이배스킬래대학)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어린이들도 인터넷을 통해 세계와 쉽게 만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영어교육법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최근 새 정부가 내놓은 ‘영어몰입교육’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주한영국문화원이 개최한 영어몰입교육 관련 심포지엄 참석 차 우리나라에 온 마쉬 교수를 만났다.

- 영어몰입교육이란 무엇인가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 영어와 해당 교과 실력을 함께 높이는 교육법입니다. 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한다는 단순한 의미는 아니에요. 실정에 맞는 최선의 수업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핀란드에선 조별로 과제가 나가면 그걸 조사해 영어로 발표하는 방식을 흔히 쓰죠.”

- 이 교육법이 실제 효과가 있었나요?

“핀란드어도 한국어처럼 영어와는 문법·어순 등이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다른 유럽국가보다 크게 뒤쳐졌죠. 하지만 약 15년 전부터 영어몰입교육을 시작했고, 최근 들어 전세계 학업성취도평가 비교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 금세 효과를 볼 수 있는 교육법은 아니군요.

“멀리 내다보고 조금씩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한국도 10년은 지나야 결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 공부량에 비해 한국 학생들의 회화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영어를 단지 언어로만 배워서 그렇습니다. 학생들이 영어로, 영어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훈련이 중요합니다.”

- 그럴 경우 모국어를 소홀히 하진 않을까요?

“영어는 제2언어일 뿐이고, 그걸 배우는 이유를 명확히 알려줘야 합니다. 영어는 세상을 더 넓고 자세히 알아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요.”

- 문법처럼 복잡한 부분은 한국어로 배우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나요?

“영어몰입교육이 100% 영어로만 가르치는 걸 뜻하지는 않습니다. 특정 주제들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한국어가 사용될 수도 있지요. 중요한 건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참여할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영어학원으로 가는 학생 수도 줄 거에요.”

- 어린이들에게 영어 잘 하는 비법을 소개한다면….

“이메일·채팅 등 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 어린이들과 의사소통을 하세요. 영어음악을 자주 듣고, 영어소설도 즐겨 읽으세요. 자막 없이 영어방송(애니메이션·영화)을 보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에요. 선생님과 함께 영어로 진행되는 학교 프로젝트를 구상해 직접 실행시켜보세요.”


/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석사 따야 교사자격… 다양한 재교육으로 실력 키워
'교육 강국' 핀란드의 교사들

연수 프로그램도 직접 선택… 토론·현장체험 강조
연수받은 교사는 반드시 학생들의 평가 받도록 해
헬싱키=오윤희 기자 oyounh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지난달 29일 오후 3시. 굵은 눈발이 날리는 날씨에 핀란드 헬싱키 대학 부설기관인 '팔메니아 교원 연수 연구소'에 교사 20명이 모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들이다.

이날 연수는 '초등학생에게 핀란드어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전자스크린과 슬라이드, 그림책 등을 이용한 2시간 남짓의 강의가 끝나자, 교사들이 4~6명씩 조를 나눠 게임을 시작했다. 한 면에 하나씩 알파벳이 적힌 주사위를 굴려 알파벳을 조합해 단어를 만드는 게임이다.

초등학교 교사 테이야 라이티넨(Teiji Laitinen·여)씨는 "주사위 놀이로 학생들 흥미를 끌 수 있겠다"고 말했다. 교사들에게 숙제도 내준다. '일부러 철자를 틀리게 써 학생들이 잘못된 곳 알아맞히게 하기' '학생들에게 나만의 단어장 만들게 하기' 등이다.

북유럽에 있는 핀란드는 '교육강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치르는 국제학력평가(PISA·나라별 15세 학생들 학력평가)에서 OECD 회원국 중 늘 1~2위를 차지한다. 수준별 수업이 일반화되어 학생들은 학교 수업만으로 학력을 끌어올린다. GDP 중 사교육비 비중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편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핀란드 팔메니아 연구소는 "핀란드 교육의 성과는 '수준 높은 교사' 덕분"이라고 말했다. 핀란드에서는 석사학위를 받아야 교사가 될 수 있고, 교사가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 중 하나다.

신임 교사들도 우수하지만 핀란드에서는 다양한 '재교육'을 통해 교사들이 실력을 계속 키운다. 초등학교 교사 리요리타 라야바(Rirjoriitta Laajava·여·55)씨는 "교사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연수 프로그램을 찾아서 듣는다"며 "수준에 따른 다양한 과정이 있어 유익하다"고 말했다. 교사에게 필요한 '맞춤형 연수'라는 것이다. 매번 수업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연을 하고, 참가자들이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토론을 한다.

국내 사정은 어떤가. 포항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정모 교사는 "작년 컴퓨터로 교재 제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 정보화 연수'에 참가했는데 3년 전 들었던 기초 연수 내용과 똑같았다"고 말했다. 국내 교사들은 "매번 강사와 수강생만 바뀔 뿐 '붕어빵 강의'가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불만이다. 교사 연수 수강생은 핀란드가 10~20명 정도인데, 한국은 40~70명 선이다.
▲ 핀란드 한 초등학교 2학년 수업 모습. 핀란드의 교육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우수한 교사들이다./AFP
연수의 질적(質的) 차이는 훨씬 크다. 헬싱키 쿠로사리 중·고등학교에서 스웨덴어와 독일어를 가르치는 미나리타 라이티오(Minnariitta Raitio· 여·41)씨. 그녀가 최근 이수한 '스웨덴어 교사들의 모임' 연수를 보자.

나흘 코스인 이 연수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사회에 대해 공부하는 프로그램. 노르웨이 현직 교사가 강사로 초빙돼 노르웨이 역사와 관용어구·속담에 대해 설명했다. 또 스웨덴 언론인이 최근 상영된 스웨덴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강의를 했다. '국제' 강의인 셈이다. 연수 마지막 날에는 스웨덴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직원들이 있는 은행에 가서 그곳 직원들과 스웨덴어로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거쳤다.

이제 우리 쪽을 보자. 국내의 교사 연수는 주로 현직 교장이나 교사가 강사다. 해당 분야 전문가나 교수를 초빙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해외 전문가를 '모셔와' 강의를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6년 일본어 연수를 받은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한 달 내내 교실에서 교재 위주의 문법 강의를 들었다"고 말했다.

핀란드 교사들은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연수를 받는다. 10년째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나(여·39)씨는 지난해 헬싱키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색다른 방법' 연수를 들었다. 분수(分數)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작은 파이 조각 모양 플라스틱 도구를 이용한다. 혹은 여러 부분으로 갈라진 작은 막대를 연결해 어떻게 부분이 전체가 되는지를 설명하는 식이다. 그는 "수업 시간에 도구를 이용해 설명했는데 학생들의 이해 속도가 훨씬 빨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과학 과목 연수를 들었던 인천 한 중학교 교사가 경험한 연수와는 전혀 다르다.

"한 반에 50여 명이 빽빽이 모인 강의실에 강사가 '일반 물리학II' 개론서를 들고 나타났어요. 우리는 판에 박힌 내용을 들으며 멀뚱멀뚱 앉아 있어야 했죠."

핀란드 교사들은 연수 후 반드시 학생들의 평가를 받도록 한다. 팔메니아 연구소 야리 라보넨(Jari Lavonen·49) 교수는 "교육수요자인 학생들로부터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 만족스럽게 바뀌었는지 의견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평가는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다시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교사 연수가 끝난 후 형식적인 만족도 조사를 할 뿐,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물은 적이 없다. 우리 교육 당국은 "대학에서도 하기 힘든 강의 평가를 일선 초·중·고에서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팔메니아 연구소 교사 연수 프로그램 담당자 툴라 메레스 우리(Tuula Meres-Wuori·여)씨는 "핀란드 교사들은 연수를 통해 서로 수업방식을 고민하고 이를 개선해 나간다"며 "이런 교사들의 열의가 결과적으로 핀란드 교육의 질을 높인다"고 했다.
입력 : 2008.03.11 00:54

"훌륭한 교사들이야말로 수준 높은 핀란드 교육의 꽃이지요."

헬싱키 대학 교육과학국에서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야리 라보넨(Jari Lavonen·49·사진) 교수는 "핀란드 대학은 우수한 교사를 재교육하는 일을 중요한 의무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연수가 왜 중요한가?

"교사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기 개발을 한다면 그 결과는 당연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학생들의 학력향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핀란드에서는 교사가 연수 프로그램을 찾아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데.

"연수를 통해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효과적인 교수법을 체득하고 있다."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이해를 키우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대학 내 사회과학부와 생명과학부, 예술학부, 자연과학부 등 교수들이 참가한다. 교수들이 토의하면서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핀란드 교육이 다른 나라의 모델이 되는 이유는?

"핀란드 학교는 가장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외하곤 교과 운영, 학생 지도 등에서 교육당국으로부터 완전한 자율성을 갖는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은 이런 독립성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교에 더 많은 자율성을 줘야 한다."
입력 : 2008.03.11 00:55

by 영탁이 | 2008/03/11 09:18 | 영어 및 교육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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