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제자린데 일자리도 불안 죽을 맛”

“월급은 제자린데 일자리도 불안 죽을 맛”

경향신문|기사입력 2008-03-07 18:17 |최종수정2008-03-07 22:23 기사원문보기
비정규직 근로자인 김옥순씨가 7일 판교 톨게이트에서 고속도로를 지나는 운전자에게 통행료를 받고 있다.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김씨와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생활고를 겪고 있다. |김영민기자
ㆍ더 이상 졸라맬 것 없는 비정규직

ㆍ실질임금 감소…결혼도 출산도 막막, 자녀도 알바인생…가난 대물림 걱정

판교 톨게이트에서 통행료 받는 일을 하는 김옥순씨(48)는 최근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근무 특성상 승용차로 출퇴근할 수밖에 없는데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집에서 근무지인 판교까지 매일 20분간 운전하는 김씨는 한 달 기름값으로 20만원이 든다. 하지만 김씨에게 지급되는 교통비는 하루 4000원에 불과하다. 김씨는 “3년 전에 비해 기름값은 두 배로 뛰었는데 교통비는 제자리”라고 했다.

김씨의 또 다른 고민은 아들의 대학 등록금 마련이다. 도로공사가 정규직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자녀 학자금은 김씨와 같은 비정규직에게는 딴 세상의 얘기다.

연간 1000만원이나 되는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빚을 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로공사는 톨게이트 근무직원을 외주 용역회사로 전환배치할 계획이다. 최근 하이패스 도입으로 인원을 감축한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린다. 김씨는 “물가 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비정규직인데 고용마저 불안하니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의 최대 피해자들은 비정규직들이다. 정규직은 물가가 올라도 임금 인상으로 상쇄할 수 있고, 회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매달 100만원 남짓한 돈으로 생활하는 비정규직에게 물가 상승은 실질소득의 감소로 이어져 쪼들리는 살림살이를 감내해야 한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부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은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늘어날 기회가 되지만 서민,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같이 하루 벌어 하루 쓰는 사람들에게 인플레이션은 치명적”이라며 “대기업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것처럼 사실상 부유층과 정규직이 인플레이션의 부담을 비정규직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이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면서 실질임금은 되레 줄어드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건설현장 인테리어 목수인 윤근섭씨(53)는 16살 때부터 이 일을 해 올해로 경력 38년째다. 윤씨는 “지금보다 더 나빴던 적이 없다”고 했다. 현재 그는 한 달 평균 150만원을 번다. 소득은 20년째 변함이 없지만 물가는 꾸준히 올랐다.

하지만 배운 게 목수일뿐이어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윤씨는 “원청업체의 착취가 갈수록 심해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경”이라며 “최근 몇년간 세금까지 많이 올라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SH공사 임대아파트 관리를 맡고 있는 김기홍씨(33)는 이달 중 아기가 태어날 예정이지만 기쁨보다는 분유값 때문에 걱정이 태산같다. 김씨는 “아기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기쁨보다는 병원비·분유값 등 수백만원의 비용 걱정이 더 크다”며 “물가까지 뛰어 장보기가 두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게다가 회사 측이 최근 아파트 관리 직원들을 외주용역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노사갈등이 첨예한 상태다. 김씨는 “이렇게 먹고살기 힘든데 고용안정 문제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전에 있는 중학교에서 전산설비 보수를 맡고 있는 유동균씨(39)는 같은 학교 교사들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같은 곳에서 근무하지만 월급은 2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 달 급여가 100만원이라는 유씨는 “월세 20만원에 식료품 등 생활비 40만원 정도를 제하면 저축할 수 있는 돈은 30만원도 안된다”고 했다. 미혼인 유씨는 올해 안에 결혼하는 것이 목표다. 유씨는 “월 100만원 버는 사람에게 누가 시집오려 하겠냐”며 “베트남이나 필리핀에서 신부를 구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차관리원 임정재씨(52·여)는 서울지하철 2호선 신천역에 내린 뒤 25분을 걸어 직장인 송파구민회관으로 출근한다. 갈아타면 돈이 더 들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안먹고 안쓰고 살았기 때문에 물가가 올라도 먹거리 걱정은 하지 않는다. 아이들 옷도 남의 것을 받아서 입혀왔다. 하지만 7년 전 간암에 걸려 집에서 투병 중인 남편의 병원비와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의 급식비, 교육비는 큰 부담이다. 임씨는 “갈수록 살기 힘들어진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라며 “아끼고 또 아껴 왔는데 조만간 더이상 아껴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치솟는 물가는 고통, 그 자체이다. 네팔 출신인 케다르(32)는 한 달에 140만원을 벌어 100만원을 가족에게 송금하고, 40만원으로 살아왔다.

최근 손목을 다쳐 회사를 쉬면서 물가 상승을 실감했다고 한다. 케다르는 “옷값도, 음식값도 비싸지는데 월급은 별 차이가 없어 예전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1~2007년 비정규직은 56% 증가했지만 정규직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이는 소폭의 물가 상승에도 충격을 받는 저소득층이 크게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가 갈수록 물가 상승에 취약한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은 비정규직이 재교육을 받을 여력을 사라지게 해 빈곤상태를 벗어날 방법을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서민층의 빈곤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 김준일기자 ant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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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탁이 | 2008/03/08 01:22 | 경제기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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