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동암역 새벽 인력시장 가보니…

인천동암역 새벽 인력시장 가보니…
"오늘 공치면 우리가 죽는디…" 일용직 근로자 겨울철도 40~50명 대기
2008년 01월 23일 (수) 김명호 boq79@kyeongin.com
  
 ▲ 22일 새벽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동암역 부근의 새벽 인력시장. 일감을 찾지 못한 한 일용직 근로자가 발길을 돌리고 있다.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정권이 바뀌건 냉동창고에서 수십 명이 불에 타 죽건 우리는 오늘밖에 기억 못햐. 당장 오늘 공치면 우리가 죽는디!"
그들에겐 최고 통치자가 누가 되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하든 안중에도 없단다. '오늘'만을 생각해야 하는 이들은 매일같이 '일감찾기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일용직 근로자'.

22일 오전 5시, 인천 동암역 남광장 부근. 굵은 눈발이 내리치는 광장약국 간판 밑으로 어깨에 허름한 가방을 둘러멘 남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궂은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거리를 찾아 나선 일용직 근로자들이다.

동암역 남광장은 인천에서도 일용직 노동자가 많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인근에 10여개가 넘는 인력사무소가 있다. 성수기인 봄에는 100여명, 일감이 없는 겨울철에도 40~50명이 하루를 버티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든다. 이날은 눈이 내리는데도 30여명이나 나와 '자리'를 지켰다. 쪼그리고 앉아 허공만 쳐다보던 김진국(60·가명)씨는 "마누라가 집에 있는디 그냥 들어가면 민망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5년 전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나서 '인력시장'에서 몸을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도 이거 해서 마누라 약값도 주고 생활비도 쓰니 얼마나 좋아. 자식은 뭐…." 말을 하다말고 봉고차가 나타나자 김씨는 기자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운전자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탓에 일을 놓쳤는지 고개를 숙인 채 되돌아왔다.

이들을 현장으로 실어나르는 차량이 한두 대씩 나타날 때마다 약국 셔터 앞에 일렬로 서 있던 줄은 금세 흐트러졌다.

연방 담배만 피우던 최명곤(35)씨에게 이천 냉동창고 참사 얘기를 꺼내자 그는 기자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이 가방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아슈. 안전화요, 안전화. 내가 법은 잘 모르지만 안전장비는 현장에서 대여해주게 돼 있는데 막상 현장 가면 안전모 달랑 하나 주더라고. 아직까지 이런 기본적인 것도 안 지켜지는데 뭘 바라." 그는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30여분이 지났을까. 이들 앞에 서던 차량도 더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보다 일찍 끊긴 것이다. 눈이 와서 '오더(일감)'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날 모인 30여명 중 고작 10명가량만이 봉고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여기서 구파발이나 의정부, 일산 등지까지 간단다. 일당 4만5천원에서 5만원을 받고 이곳에 돌아오면 오후 8시가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이 있는 날엔 15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집에 들어가는 것이다.

김정곤(45)씨는 "그래도 8시까지는 기다려 봐야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몇 시간 더 기다려 손해볼 건 없잖아요"라며 광장약국 주변을 서성였다. 그의 부인은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란다.

오전 6시가 되자 양복을 차려입고 한 손엔 신문을 든 직장인들이 거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일거리를 얻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들은 직장인 출근시간대에 허탈감만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by 영탁이 | 2008/01/23 09:58 | 인천, 인천, 인천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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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대한민국 at 2008/07/09 11:50
너무 슬픈 이야기이네요...지금 이현실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니...정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모든사람이 넉넉하게 살수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와야하는데...ㅠ
Commented by 조성규 at 2016/07/07 14:25
이런데 처음 글을 올리려니..ㅠㅠ
Commented by 인천동구에서 at 2013/05/30 15:46
에이구, 우리 회사에선 사람 못 구해서 고생하는 데. 정규직원을 뽑으려는 데.. 새벽에 이곳에가서 사람들 좀 만나봐야 겠어요.
Commented by 씨발새꺄 at 2019/01/19 07:34
에이구. 우리 회사에선 사람 못 구해서 고생하는 데. 정규직원을 뽑으려는 데.. 새벽에 이곳에가서 사람들 좀 만 나봐야 겠어요.
Commented by 야 씨발 내가꺼져이 at 2017/12/29 06:30
너무 슬픈 이야기이네요...지금 이누야샤이 야 씨발 내가꺼져이다의 현실이라니...정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모든사람이 넉넉하게 살수있는 날이 하루 와야하는데...ㅠ
Commented by 씨발새꺄 at 2019/01/19 07:33
씨발새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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